1. 요즘 떠도는 ‘세계 단일 화폐’ 시나리오의 실체
경제 유튜브나 커뮤니티를 보면 이런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.
- “곧 세계 단일 화폐가 나온다.”
- “달러 패권이 끝나고 새로운 공용화폐가 등장한다.”
- “CBDC 나오면 전 세계가 같은 돈을 쓰게 된다.”
듣기에는 그럴싸하지만, 현재 국제 통화 시스템의 구조를 보면 훨씬 복잡합니다.
지금 세계는
- 달러를 중심으로 한 다통화 체제
- 일부 지역·국가 통화(유로, 위안화 등)가 보조적인 역할
- IMF의 SDR, 각국의 CBDC 실험이 동시에 진행
되는 상황입니다. “하나의 세계 화폐”가 갑자기 등장해서 모든 나라 통화를 대체할 분위기는 전혀 아닙니다.
2. 현실부터 보기: 아직도 ‘달러 중심’은 여전하다
먼저 현재 위치를 짚고 가야 합니다.
- 2024년 기준,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한 **외환보유액의 약 58%**가 여전히 달러입니다. 유로는 약 20%, 엔화·파운드·위안화는 한 자릿수 비중에 그칩니다.
- 국제 결제·무역 결제, 무역금융에서도 달러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입니다. 일부 통계에선 무역금융의 80% 이상이 달러로 이뤄진다고 나옵니다.
IMF·연준·국제 투자은행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비슷합니다.
달러의 비중이 과거보다는 조금 줄어들고,
몇몇 다른 통화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**‘다변화’**는 진행 중이지만,
달러를 대체할 만큼 압도적인 경쟁자는 아직 없다.
그래서 지금의 흐름을
“달러 몰락 → 단일 세계 화폐 등장”이 아니라,
“달러 중심이지만, 주변에서 다양한 통화가 조금씩 커지는 구조”
로 보는 게 더 현실에 가깝습니다.

3. 디달러라이제이션: 달러 탈출 시도, 어디까지 왔나
- 디달러라이제이션(de-dollarization)은 말 그대로
“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”
을 뜻합니다.
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.
- 미국의 제재·금융 제도에 너무 묶이고 싶지 않은 나라들
- 자국 통화 사용을 늘려 경제적 자율성을 강화하려는 의도
- 외환위기·달러 부족 사태에 대한 불안감 등
실제로 일부 국가들은
- 서로의 통화로 직접 결제하는 통화 스와프 확대
- 원유·원자재 거래에서 달러 대신 유로·위안화·자국 통화 사용 시도
- 중앙은행 보유 자산 중 금·기타 통화 비중을 조금씩 확대
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.
하지만 중요한 건 속도와 규모입니다.
- 달러 비중이 아주 천천히 줄고 있을 뿐,
- 여전히 절반이 훨씬 넘는 비중이 달러이고,
- 유로·위안화가 그 빈자리를 “완전히” 대신 채우고 있지는 못합니다.
즉, 디달러라이제이션은 “달러 시대 끝났다”가 아니라,
“달러 하나만 믿지 말고,
조금씩 나눠 가져가 보자는 정도의 속도로 진행 중”
이라고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.
4. SDR은 뭐고, ‘세계 화폐’랑은 왜 다를까?
세계 단일 화폐 얘기에서 자주 언급되는 게 SDR입니다.
- SDR(Special Drawing Rights)은 IMF가 만든 특별인출권,
- 쉽게 말해 **국가 간에만 통용되는 ‘가상의 단위’**입니다.
- 실제로 사람들이 지갑에서 꺼내 쓰는 돈이 아니라,
- IMF와 각국 중앙은행 사이에서만 회계·결제에 사용되는 단위입니다.
SDR의 가치는
미국 달러, 유로, 위안화, 엔화, 파운드 다섯 통화 바스켓으로 결정됩니다.
- 2022년 기준 SDR 바스켓 비중
- 달러 43.38%
- 유로 29.31%
- 위안화 12.28%
- 엔화 7.59%
- 파운드 7.44%
이 구성을 보면 오히려
“여러 강대국 통화를 섞어서
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만든 단위”
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.
핵심은 하나입니다.
SDR은 국제 회계를 위한 단위이지,
사람들이 월급 받고, 커피를 사 마시는 실제 화폐가 아니다.
그래서 “SDR이 세계 단일 화폐가 된다”는 말은
현재 시스템에서는 현실성이 매우 낮습니다.
5. CBDC는 또 뭔데, 단일 화폐와 무슨 관계?
- CBDC(Central Bank Digital Currency)는
각 나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버전의 자국 통화입니다.
- 원화 CBDC = 디지털 원화
- 달러 CBDC = 디지털 달러
- 유로 CBDC = 디지털 유로
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.
BIS·IMF 조사에 따르면,
- 전 세계 130개가 넘는 나라·통화권이 CBDC를 검토하거나 연구 중이고,
- 그중 일부(바하마, 나이지리아, 자메이카 등)는 이미 소규모로 발행을 시작했습니다.
- 수십 개 국가는 현재 파일럿(시범 사업) 단계에 있습니다.
중요한 포인트는,
CBDC는 “전 세계가 하나의 디지털 화폐를 쓰자”가 아니라,
“각 나라가 자기 통화를 더 효율적으로 디지털화하자”에 가깝다는 것.
물론, CBDC가 널리 깔리면
국경을 넘는 송금·결제가 훨씬 빨라지고 싸질 수 있고,
장기적으로는 통화 간 연결성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가능성은 있습니다.
하지만 그 결과가
- “세계 단일 화폐”로 이어지기보다는
- “각국 통화가 디지털 네트워크로 더 잘 연결되는 구조”에 가깝습니다.
6. 결론 – 단일 화폐보다는 ‘달러 완화 + 다극화 + 디지털화’에 가깝다
지금까지를 정리해 보면:
- 달러 패권
- 비중은 과거보다 줄었지만,
- 여전히 외환보유·결제·무역금융에서 압도적인 1등이다.
- 디달러라이제이션
- 일부 국가와 거래에서 달러 의존을 줄이려는 시도가 있지만,
- 속도는 완만하고, “달러의 즉각적인 몰락”과는 거리가 멀다.
- SDR
- IMF가 쓰는 회계 단위일 뿐,
- 우리가 지갑에 넣고 쓸 ‘세계 단일 화폐’가 아니다.
- CBDC
- 각국 통화를 디지털로 바꾸는 프로젝트이지,
- 모든 나라가 하나의 화폐를 쓰자는 계획은 아니다.
그래서 가까운 미래를 한 줄로 표현하면,
“하나의 세계 단일 화폐”가 오는 것보다는
달러 중심이지만 조금씩 약해지고, 여러 통화와 디지털 통화가 공존하는 다극화된 체제가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에 가깝다.
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·가계 입장에서는 세계 단일 화폐 공포론”에 휘둘리기보다는,
달러 비중, 주요 통화들의 역할, 각국의 CBDC·규제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며,
자산을 한 통화·한 나라에만 몰아두지 않는 분산 관점을 가지는 게 훨씬 실질적인 대응입니다.
출처 & 참고
- IMF, 「Currency Composition of Official Foreign Exchange Reserves (COFER)」 및 블로그 「Dollar Dominance in the International Reserve System – An Update」 – 달러·유로 등 준비자산 비중 데이터
- IMF, 「SDR Valuation」, 「SDR Valuation Review」 – SDR 바스켓 통화 구성 및 비중
- BIS, 「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 and fast payment systems」 및 2024·2025년 CBDC 설문 자료 – 각국 CBDC 추진 현황
- Atlantic Council, 「CBDC Tracker」 – 국가별 CBDC 개발·파일럿·발행 현황
- JP Morgan, BNP Paribas 등 「De-dollarization」 리포트 – 디달러라이제이션 트렌드 분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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